학교 예술교육은 단순한 예능 수업을 넘어, 창의성과 인성, 표현력 등을 키우는 핵심 교육으로 자리 잡아 왔다. 특히 대한민국은 지난 수십 년간 학교 내 예술교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개편하며, 시대 변화에 맞춘 방향성을 모색해 왔다. 이 글에서는 1990년대 이후 학교예술교육의 정책 변화를 세 시기로 나눠 살펴보고, 현재 정책의 흐름과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 변천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예술강사뿐 아니라 교육 정책 담당자, 학교 관계자 모두에게 필수적인 이해 기반이 될 수 있다.
1. 1990~2000년대: 예능 과목 정규화와 제도 기반 마련
1990년대는 학교 예술교육이 정규 교육과정 내 '예체능' 과목으로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시기였다. 제6차 교육과정(1992~1997년)과 제7차 교육과정(1997~2007년)에서는 음악과 미술이 정규 교과목으로 지정되었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에 필수로 편성되었다. 당시 교육부는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표현 중심 수업과 감상 능력 배양을 교육 목표로 설정했다.
그러나 이 시기의 예술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 구조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강했다. 고등학교로 갈수록 예체능 교과 시수가 줄어들고, 수능 중심의 과목 선택으로 인해 예술과목이 선택되지 않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예술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었으며, 1999년에는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이 수립되어, 예술강사 배치 등 제도 기반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 2005~2015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과 자유학기제 도입
2005년,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시행하면서 학교예술교육 정책에 큰 전환점이 발생했다. 이 사업은 정규 교원이 아닌 외부 예술전문가(국악, 미술, 연극, 무용 등)를 학교에 파견하여 수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공교육 내 민간 예술자원의 활용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2007년에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되어 법적 기반이 마련되었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며 학교예술교육의 정책 실행 기관이 구축되었다. 이 시기의 가장 큰 변화는 자유학기제의 도입(2013년 시범 운영, 2016년 전면 시행)이다.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중학교 한 학기 동안 시험 부담 없이 진로와 적성을 탐색하는 제도로, 예술수업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의 중심 콘텐츠로 채택되었다.
학교예술강사와 자유학기제가 결합하면서, 정규 교과 외 시간에 이루어지는 프로젝트형 예술수업, 진로탐색형 체험수업 등이 다양하게 시도되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예산 부족, 강사 전문성 차이, 교사와의 협업 문제 등이 한계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 시기는 제도 도입과 확산의 시기로서, 실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이 이후 개선 정책의 근거가 되었다.
3. 2016년 이후: 융합교육과 AI 기반 콘텐츠 시도
최근 학교예술교육은 STEAM(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융합교육의 흐름과 함께, 예술을 다른 교과와 통합하는 시도로 확장되고 있다. 예술이 창의성과 문제해결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는 핵심역량 중심 교육이 강조되었고, 이에 따라 예술수업도 역량 중심으로 재설계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음악 수업에서는 디지털 작곡 앱을 활용한 창작 수업, 미술에서는 영상 편집 도구를 활용한 미디어 아트 수업 등이 시도되며, 디지털 전환과 예술교육의 접목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면서, 예술수업도 영상 강의, 실시간 피드백, 온라인 발표회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1년 ‘제3차 문화예술교육 중장기 발전계획(2021~2025)’을 수립하면서, 지역 기반 예술교육, 취약계층 접근성 보장, 디지털 콘텐츠 개발 등을 포함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 연수 강화, 평가체계 개선 등의 제도 개선도 논의되고 있다.
결론: 학교예술교육은 정규 교과 내 예체능 수업에서 출발하여, 외부 강사 배치, 자유학기제, 융합형 수업, 디지털 콘텐츠 접목 등으로 지속적인 변화를 거듭해왔다. 현재는 예술교육이 단순한 표현 활동을 넘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 창의적 사고,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교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향후에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가상현실 등 신기술과 접목된 예술교육,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보완, 예술강사의 전문성 제고와 제도적 안정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공교육 내 예술교육은 더욱 풍부하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